이 코너는 이달 내내 급락일마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 “지수는 무너져도 중앙값은 버틴다.” 그런데 어제, 그 문장을 쓸 수 없는 날이 왔다. 검은 화요일의 중앙값은 −4.11%, 하락 종목은 87%였다.
이번엔 진짜 넓었다
코스피는 10.8% 폭락하며 6023.66으로 밀렸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 올해만 여덟 번째다. 삼성전자는 하루 −13.4%로 올해 최대 낙폭, SK하이닉스는 −14.7%였다. 그런데 이번 폭락의 진짜 특징은 낙폭의 크기가 아니라 낙폭의 넓이다.
📊 퀀트 한 컷
하락 종목 87.0% · 상승 종목 6.2% · 전 종목 등락률 중앙값 −4.11%
→ 이달 급락일의 중앙값은 −1.95%, −2.49%, −0.64%였다. ‘지수만 빠지고 보통 종목은 버티는’ 패턴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4.11%, 열 종목 중 아홉이 함께 빠졌다. 이달 처음이자 가장 넓은 하락이다.

왜 이번엔 넓었나 — 공포의 성격이 달랐다
앞선 급락들은 ‘메모리 고점론’이라는, 반도체 두 종목에 국한된 공포였다. 그래서 낙폭도 투톱에 집중됐다. 이번엔 다르다. 중국 반도체 자립은 메모리 가격(삼성·SK)만이 아니라 소부장·장비·후공정 전체의 경쟁 구도를 흔드는 산업 차원의 공포다. 여기에 엔비디아발 ‘순환 금융’ 우려까지 겹쳤다.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겨냥한 악재였기에, 낙폭도 반도체 밸류체인 전체로, 나아가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타고 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외국인은 3일간 11조원을 순매도했다. 7월 한 달 코스피 하락률이 28.94%에 달한다.
그럼에도 덜 빠진 자리 — 저온과 비반도체
완전히 균일한 폭락은 없었다. 시장 중앙값(−4.1%)보다 선방한 종목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카카오(−3.8%, RSI 29.4)처럼 이미 침체 구간이라 더 빠질 자리가 적었던 종목, 그리고 반도체 밸류체인 밖에 있던 종목이다. 이 코너가 반복해온 원칙 — 이미 저온인 종목은 악재에 덜 반응한다 — 이 폭락장에서 다시 확인됐다.
투자자가 볼 것
① 중앙값의 회복 여부 — 넓게 빠진 만큼, 반등도 넓은지가 중요하다. 상승 종목 비율이 다시 50%를 넘는 날이 복원의 시작이다.
② 외국인 순매도의 종료 — 3일 11조를 던진 외국인의 매도가 멈추는 시점이 1차 바닥 신호다. 주가보다 수급이 먼저다.
③ 반도체와 비반도체의 분리 — 이번 공포는 반도체가 진원이다. 반도체 밖에서 실적이 멀쩡한데 위험회피로 함께 빠진 종목이, 공포가 걷힐 때 먼저 돌아온다.
넓은 하락은 무섭지만 정직하다 — 모두가 함께 빠진 자리에서는, 공포가 걷힐 때 옥석이 분명해진다.
한 달 동안 “그래서, 중앙값은?”이라 물으며 지수의 공포와 계좌의 현실을 구분해왔다. 이번엔 그 둘이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 그래서 이번 폭락은, 이달의 어떤 급락보다 무겁게 봐야 한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