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호황 속 승자와 패자
6월 23일 오후 업데이트: 이 글의 본문은 6월 22일 종가 기준 데이터로 작성됐다. 그런데 23일 오후 2시 장중 기준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 SK하이닉스가 -10.72%(2,606,000원), 삼성전자 -8.49%, SK스퀘어 -2.59%로 급락 전환했고, SK하이닉스 곱버스(인버스 2X) 상품이 실시간 순위 1위(+23.59%)에 오를 만큼 하락 베팅이 몰리고 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도 -15~22%대 동반 폭락이다. 반도체 장비주 중에서는 파두(-22.43%), 제주반도체(-14.40%), HPSP(-9.83%)가 급락한 반면, 어제 실적 부진으로 빠졌던 한미반도체 또한 -11.44%로 급락을 했다. 현대차(-10.67%)·현대모비스(-9.31%)·한화오션(-8.14%) 등 비반도체 대형주들도 동반 급락 중이어서, 단순히 “반도체 차익실현”으로만 보기보다 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커진 오후장이라는 해석이 더 맞아 보인다. 이런 급변동 장에서는 하루 등락률 하나로 추세를 단정하기보다, 다음 거래일 개장 흐름까지 확인하고 판단하는 게 안전하다.
업황은 모두에게 좋다는데, 주가는 왜 다를까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위에 오른 6월 23일,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돈이 몰렸다. 해성디에스 +17.19%, 하나마이크론 +15.92%, 기가비스 +14.53%, 파두 +14.30%, 원익IPS +10.58%, DB하이텍 +11.47%, 유진테크 +11.75% — 1일 기준으로는 반도체 관련 업종이 거의 전 종목 동반 강세였다.
그런데 시야를 1개월로 넓히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반도체 관련장비 및 부품’ 업종 안에서 1개월 수익률을 비교하면, 피에스케이 +54.15%와 두산테스나 -16.84%가 한 업종에 같이 들어 있다. 격차가 70%포인트 넘게 벌어진다. 업황 호황이라는 같은 바람을 맞고도 어떤 배는 앞으로 나아가고, 어떤 배는 뒤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실적이 갈랐다 — 영업이익 추세로 보는 승자와 패자
이 격차의 핵심 변수는 분기 영업이익 추세였다.
1개월 강세 + 실적 개선이 함께 간 종목들
- 피에스케이: 1개월 +54.15%, 26년 1분기 영업이익 전분기 대비 +115.44%, 전년 동기 대비 +108.44%
- 테스: 1개월 +42.17%, 영업이익 전분기 대비 +73.67%, 전년 동기 대비 +36.45%
- 원익IPS: 1개월 +41.74%,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는 줄었지만(-37.61%) 전년 동기 대비는 +245.43%로 베이스 자체가 크게 높아진 구간
- 유진테크: 1개월 +35.04%,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104.65%
이쪽은 후공정·증착·식각 장비 쪽 회사들이 많다.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확대가 본격적으로 분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장비 발주가 매출로 잡히는 시점과 주가 반등 시점이 맞아떨어진 모습이다.
실적은 좋은데 주가가 빠진 종목
- 파두: 1개월 -9.66%인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26.06%, 전년 동기 대비 +164.13%
- 두산테스나: 1개월 -16.84%인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8.66% (다만 전분기 대비는 -63.5%로 변동성이 큼)
실적 자체가 꺾인 종목
- 한미반도체: 1개월 -5.93%, 영업이익 전분기 대비 -69.39%, 전년 동기 대비 -87.86%
- 주성엔지니어링: 1개월 -11.65%,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120.74%(적자 전환)
한미반도체는 HBM 본더 장비의 대표주로 통하지만, 정작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며 꺾였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 관련주 전체 동반 상승”이라는 단순한 도식이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 줄로 정리하면
반도체 업황이 좋다는 뉴스 헤드라인은 업종 전체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그 안에서 누가 실제로 돈을 버는지는 회사마다 다르다. 같은 업종 ETF나 테마주 바스켓에 들어 있다고 해서 다 같이 오르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종목을 고를 때는 “반도체 장비주”라는 카테고리보다, 그 회사가 지금 어떤 공정(증착·식각·후공정·테스트)에 노출되어 있고, 그 공정에 대한 발주가 실제로 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방산·조선 — 실적은 늘어나는데 주가는 식는 중
오늘 한경 A12면은 “차세대 K전차에 풍산 ‘전투용 드론’ 싣는다”는 제목으로 풍산·한화에어로·현대로템의 드론 협업을 보도했다. 그런데 정작 이 세 회사의 최근 주가 흐름은 신문 헤드라인의 무게감과 거리가 있다.
- 풍산: 1개월 -21.59%, 1년 -45.45%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35%로 견조)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개월 -10.79%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20.56%)
- 현대로템: 1개월 -1.21%
조선·방산 업종 전체로 봐도 흐름은 비슷하다. 한화오션은 이날 -9.27%급락했는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55% 늘었다. HD현대중공업도 영업이익이 +108.74% 늘었지만 1개월 주가는 -6.47%다.
실적은 분명히 좋아지고 있는데 주가는 식고 있는 이 흐름의 배경에는 두 가지 변수가 겹쳐 있다. 하나는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을 맞아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1,161건에 달한다는 보도(한경·매경 동시 보도)로, 조선·방산 업종의 노사 리스크가 부각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호르무즈 정세 완화(미·이란 핫라인 구축, IAEA 사찰 합의) 소식으로 중동發 방산 수요 기대감이 단기적으로 누그러진 것이다.
드론·K전차 같은 신사업 스토리는 2030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본업(함정·전차·탄약)의 분기 실적이 이미 좋아지고 있는데도 노동 리스크와 지정학 변수에 단기 주가가 눌려 있다면, 이 업종은 ‘실적과 주가의 시차’를 어떻게 보느냐가 투자 판단의 핵심이 된다.
AI 데이터센터 — SK의 큰 그림
매경은 SK그룹이 GW급(기가와트급)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5곳을 전국에 구축하는 계획을 1면과 A3면에 걸쳐 다뤘다. 경북 구미(1GW), 경북 포항(1.4GW), 울산(1GW), 전남 해남(1GW) 등에 총 4곳 이상의 1GW급 클러스터가 계획되어 있고, 한 곳당 투자 규모가 70조 원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반도체부터 에너지까지 AI 생태계를 SK그룹 안에서 하나로 연결한다”는 데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SMR(소형모듈원자로)·LNG 등 에너지 공급망,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한 그룹 안에서 수직 계열화하는 그림이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비량이 막대해서(1GW급 클러스터는 원전 1기에 해당하는 전력을 쓴다), 전력·에너지 공급 능력이 곧 AI 인프라 경쟁력이 되는 구조다. SK스퀘어·SK이노베이션 등 SK 계열사 전반이 이 밸류체인에서 함께 움직일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이 글은 2026년 6월 23일자 경제 보도와 당일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