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아침, 코스피는 6,943으로 출발했습니다. 장중 한때 6,965까지 올라 7,000 재진입을 눈앞에 뒀습니다.
그런데 마감은 6,838.04. 0.48% 내리며 3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끝났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하루입니다. 이상한 건 그날 거래된 돈의 행방이었습니다.
하루 23조원 중 9조원이 두 종목에서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전체 거래대금은 23조 1,774억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 한 종목이 5조 2,389억원, 삼성전자가 4조 1,251억원을 가져갔습니다. 둘을 더하면 9조 3,640억원, 전체의 40.4%입니다.
상위 5종목까지 넓히면 46.8%. 시장 전체에서 오간 돈의 절반 가까이가 다섯 종목 안에서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나머지 2,423개 종목이 나눠 가진 돈은 53.2%였습니다.
오늘 기억할 숫자 셋
전체 거래대금 23.18조원 · 두 종목이 9.36조원(40.4%) · 상위 5종목이 46.8%
그래서 지수가 빠진 날, 나머지 종목들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요.
목차
- 두 종목에 몰린 거래대금
- 지수와 따로 움직인 나머지 종목들
- 한 달로 넓혀 보면 더 뚜렷해지는 그림
지수는 내렸지만 종목들은 제자리였다
스팩과 관리종목을 뺀 2,428개 종목의 등락률을 순서대로 세워 정확히 가운데 값을 보면 -0.07%였습니다.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0.72% 올라 855.91로 마감했습니다.
시가총액 규모로 나눠보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시총 상위 100종목의 등락률 중앙값은 -0.49%였지만, 501위 이하 1,928개 종목은 0.00%였습니다. 지수를 끌어내린 힘이 큰 종목들에 몰려 있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는 1.47% 내린 26만 8,500원, SK하이닉스는 0.62% 오른 177만 6,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수급도 한쪽으로 쏠렸습니다. 외국인이 2조 2,833억원을 순매도하며 4거래일 연속 파는 흐름을 이어갔고, 기관도 8,486억원을 팔았습니다. 반대편에서 개인이 1조 4,484억원, 기타법인이 1조 6,995억원을 순매수하며 받아냈습니다.
한 달로 넓히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하루는 우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간을 한 달로 늘려 28개 업종의 등락률 중앙값을 따로 계산해봤습니다.
반도체 장비·부품이 +14.63%로 홀로 크게 올랐습니다. 통신(+4.50%)과 석유·가스(+3.09%)가 뒤를 이었지만 격차가 큽니다. 그리고 나머지 업종 대부분은 마이너스였습니다. 가정용품 -7.34%, 조선 -6.67%, 금융 -5.28%, 유통 -4.79%.
지수가 버틴 것처럼 보였던 지난 한 달은, 사실 한 업종이 나머지를 떠받친 기간이었습니다.
퀀트 한 컷
거래대금 쏠림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신호는 아닙니다. 다만 두 가지를 알려줍니다.
첫째, 지수의 움직임이 시장 전체의 체온과 멀어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몇 종목이 지수를 만들고 있다면, 지수가 오른 날도 내린 날도 대다수 종목의 사정과는 무관할 수 있습니다.
둘째, 돈이 몰린 쪽 바깥은 거래가 얇아집니다. 거래대금이 줄어든 종목은 작은 매수·매도에도 가격이 크게 흔들립니다. 같은 뉴스가 나와도 반응 폭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마치며
지수 숫자 하나로 하루를 정리하면 놓치는 게 생깁니다. 특히 소수 종목으로 거래가 몰린 장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확인 순서를 하나 정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지수를 본 다음 전 종목 등락률 중앙값을 보고, 그다음 거래대금 상위 몇 종목이 전체의 몇 퍼센트를 차지했는지를 보는 겁니다. 이 세 숫자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날이 있고, 그런 날은 대체로 지수보다 나머지 두 숫자가 시장을 더 정확히 설명합니다.
쏠림은 언젠가 풀립니다. 풀릴 때 어느 쪽이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시장이 얼마나 좁아져 있는지는 오늘의 거래대금 표만 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습관은 내일도, 다음 달에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본 글은 공개된 시장 데이터에 대한 개인의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