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 다음 날 가장 붐비는 곳은 레버리지 ETF 매수 창구다. “여기서 두 배로 먹겠다”는 계산인데, 이 계산에는 곱셈이 빠져 있다. 손실과 수익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움직인다.

손실의 수학 — 내려온 만큼 올라가면 본전이 아니다
원금 100이 20% 빠지면 80이다. 80에서 20% 오르면 96, 본전이 아니다. −20%는 +25%를, −30%는 +43%를, −50%는 +100%를 요구한다. 하락률과 회복 필요 수익률의 간극은 낙폭이 클수록 기하급수로 벌어진다. 레버리지는 이 간극을 두 배로 증폭한다. 지수가 7.9% 빠진 날 2배 레버리지는 산술적으로 16% 가까이 빠지고, 이후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레버리지 계좌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다. 등락을 반복할수록 갉리는 ‘변동성 잠식’ 때문이다. 이번 급락에서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헤지 매도가 낙폭을 키웠다는 지적에 금융감독원이 운용사를 소집한 것도, 이 상품이 개인의 손익 구조만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변동성 구조까지 흔들기 때문이다.
낙폭과대의 착시 — 많이 빠졌다고 싼 게 아니다
급락일의 두 번째 함정은 “많이 빠졌으니 싸다”는 등식이다. 퀀트가 이 착시를 걷어낸다. 14% 넘게 빠진 SK하이닉스의 RSI는 여전히 88.9, 9% 빠진 삼성전자는 84.5다. 하루 폭락하고도 두 종목은 기술적으로 ‘과열’ 구간에 있다. 직전까지 그만큼 가파르게 올랐다는 뜻이고, 낙폭 자체는 싸다는 증거가 못 된다는 뜻이다. 시장 전체로도 급락 후 침체 구간(RSI 30 미만) 종목 비율은 25.1%로 전날(26.8%)과 거의 같다 — 이번 급락은 과열을 식혔을 뿐, 시장을 침체에 빠뜨리지 않았다.
📊 퀀트 한 컷
급락일 기준 F스코어 7점 이상 & 당일 −5% 이상 하락 종목 144개 → 영업이익 증가·유동성 조건까지 더하면 109개
→ 투매에 휩쓸린 재무 우량주가 세 자릿수로 존재한다. 급락은 공포의 날이지만, 필터에게는 수확의 날이다.
급락 다음 날의 행동 원칙
첫째, 레버리지로 반등을 사냥하지 않는다. 반등을 확신해도 현물이 먼저다 — 틀렸을 때 곱셈의 벌금이 다르다. 둘째, 낙폭이 아니라 체력으로 고른다. ‘많이 빠진 순’이 아니라 ‘F스코어 높은데 빠진 순’으로 정렬하는 것만으로 절반은 거른다. 셋째, 분할로 시간을 산다. 급락의 바닥은 지나고 나서야 보이므로, 한 번에 맞히려는 시도 자체가 레버리지와 같은 종류의 베팅이다.
투자자가 볼 것
① 회복의 수학 암기 — −20%/+25%, −30%/+43%, −50%/+100%. 이 세 쌍만 외워도 레버리지 앞에서 손이 느려진다.
② RSI와 낙폭의 교차 확인 — 폭락한 과열주와 폭락한 침체주는 다른 자산이다. 낙폭 뒤의 체온을 본다.
③ 필터의 수확 목록 — 우량+투매 109개 같은 교집합이 급락장이 남기는 유일한 선물이다. 사냥은 목록 작성 다음의 일이다.
급락장에서 지켜야 할 것은 원금이 아니라 곱셈의 감각이다 — 곱셈을 잊은 계좌가 레버리지 창구에 줄을 선다.
두 배로 먹겠다는 계산이 틀린 이유는 시장 전망이 아니라 산수에 있다. 내려온 만큼 올라가도 본전이 안 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쪽은 늘 곱셈을 기억하는 쪽이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