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8.74% 급등했습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33% 올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한국 반도체는 정반대였습니다. 삼성전자 -3.38%, SK하이닉스 -4.45%.
이 둘의 무게 탓에 코스피는 -1.79%까지 밀렸습니다. 그런데 코스피 중앙값은 오히려 +0.44%였습니다. 미국 반도체가 웃을 때 한국 반도체는 왜 울었을까요.
코스피 중앙값은 왜 지수와 반대로 갔나


8월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3.49포인트(1.79%) 내린 6788.88로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2,439종목의 등락률을 순서대로 세워 정확히 가운데 값을 보면 +0.44%였습니다. 상승한 종목이 1,471개로 전체의 60.3%, 하락한 종목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지수를 끌어내린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 두 종목이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 상승이 오히려 하드웨어 업체의 수익성 부담으로 해석됐고, 여기에 추가 반도체 관세 우려와 높은 국채금리 경계감까지 겹쳤습니다. 미국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실적 호재로 올랐지만, 한국 반도체는 정반대 재료로 눌린 겁니다.
이 재료들은 하나같이 국내 반도체 대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이슈입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이를 사다 쓰는 서버·스마트폰 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그 우려가 다시 메모리 공급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에 되먹임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국채금리까지 오르면 성장주 성격이 강한 반도체 대형주의 밸류에이션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셋 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던 셈입니다.
수급도 같은 그림이었습니다. 외국인이 1조 7,564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2,842억원을 팔았습니다. 개인 홀로 4,244억원을 순매수하며 버텼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판 규모가 2조원을 넘는데, 이 정도 매도는 반도체 두 종목에 집중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위주로 낙폭이 컸고,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덜 흔들렸습니다.

오늘 기억할 숫자 셋
코스피 -1.79% · 전종목 중앙값 +0.44% · 원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 두 종목
그렇다면 이 하락장 안에서도, 실적은 좋은데 억울하게 눌린 종목은 없을까요?
그래서, 억울하게 눌린 종목은 없었나
주식판에는 RSI라는 온도계 같은 지표가 있습니다. 최근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를 0~100 사이 숫자로 보여주는데, 30 밑으로 내려가면 “다들 겁먹고 던지는 중”(과매도)이라고 봅니다. 반대로 70을 넘으면 “다들 몰려서 사는 중”(과매수)이라고 봅니다.
8월 28일 전종목 RSI의 가운데 값은 44.6이었습니다. 과매도도 과매수도 아닌 평범한 수준입니다. 30 밑으로 떨어진 종목은 전체의 20.3%뿐이었습니다. 지수가 1.79% 빠진 날치고는 적은 숫자입니다. 만약 오늘이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진 날이었다면 이 비중은 훨씬 컸을 겁니다. 오늘의 하락이 전방위 투매가 아니라 반도체 두 종목에 집중된 사건이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영업이익이 늘었는데 주가만 최근 한 달 새 빠진 종목을 재무 건전성(F스코어 7점 이상)과 저평가(RSI 40 미만) 조건까지 걸어 찾아보면, 오늘은 소수의 종목이 남습니다. 실적은 좋아지는데 주가가 그걸 못 따라간, 말 그대로 억울한 종목들입니다. 이 방법은 오늘만 쓰는 기준이 아닙니다. 같은 조건을 다음에 지수가 흔들리는 날에도 그대로 적용해서, 그날의 억울한 종목을 다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퀀트 한 컷
오늘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국과 한국 반도체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같은 업종, 같은 밸류체인인데도 국가별로 반응이 갈렸다는 건, 오늘의 한국 반도체 하락이 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수급과 관세·금리 같은 로컬 변수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해외 반도체 지수가 오르는 날에도 한국 반도체가 같이 오를 거라고 기계적으로 가정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해외 반도체가 흔들리는 날, 한국 반도체는 의외로 잠잠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수 하나만 보고 오늘 시장을 판단했다면, 절반만 본 셈입니다. 다음에 지수가 크게 흔들리는 날에도 코스피 중앙값부터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흔들림이 시장 전체의 이야기인지, 몇몇 종목만의 이야기인지가 거기서 갈립니다. 지수와 중앙값을 같이 보는 습관 하나가, 같은 하루를 완전히 다르게 읽게 해줍니다. 오늘처럼 국가 간 반도체 흐름이 엇갈리는 날에는, 이 습관이 특히 더 요긴합니다.
본 글은 공개된 시장 데이터에 대한 개인의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