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결론
오늘 코스피 계좌 보고 놀라셨을 겁니다. -3.12%, 올해 들어 손꼽히게 아픈 하루였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전체 종목의 절반 이상은 오늘 올랐습니다. 범인은 딱 두 종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이 둘이 오늘 거래된 돈의 절반 이상을 빨아들이면서 급락했고, 그 충격이 지수를 통째로 끌어내렸습니다. 나머지 시장은, 사실 괜찮았습니다.
오늘의 숫자
- 코스피 6696.96, -215.99포인트(-3.12%) · 코스닥 813.33, +11.39포인트(+1.42%)
- 전체 2,437종목 중 절반 넘는 1,385종목(56.8%)이 상승, 하락은 877종목
- 삼성전자 -8.7%, SK하이닉스 -3.41% — 이 두 종목이 오늘 거래된 돈(29조원)의 52.9%를 차지
- 실적은 좋아졌는데 주가만 빠진 “억울한” 종목 21개 발견 (재무 건강도·저평가 기준 통과)
목차
– 그래서, 시장 전체는 괜찮았나?
– 돈이 어디로 몰렸나
– 진짜 다들 겁먹고 던졌을까?
– 실적은 좋아졌는데 주가만 억울하게 빠진 종목들

그래서, 시장 전체는 괜찮았나?
지수만 보면 오늘은 급락일입니다. 하지만 전체 2,437개 종목의 딱 가운데 값(중앙값)을 보면 +0.38%, 상승 종목이 하락 종목보다 500개 넘게 많았습니다. 지수와 실제 시장 분위기가 이렇게 갈라지는 날은 대개 몇몇 초대형주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오늘이 그 전형입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0조원 규모 특별배당에 이어 40조원 추가 주주환원을 검토 중입니다. 동시에 매일경제는 중국 CXMT가 애플向 메모리 공급을 노리며 삼성·SK하이닉스의 초격차를 위협하는 구도를 전했습니다. 좋은 뉴스(배당)와 나쁜 뉴스(중국 경쟁)가 같은 날 부딪히면서 두 반도체 대장주에 매물이 집중됐고, 그 여파가 고스란히 지수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돈이 어디로 몰렸나
오늘 코스피·코스닥에서 거래된 돈은 총 29조원입니다. 이 중 삼성전자 혼자 8조 4,561억원, SK하이닉스가 6조 8,580억원을 가져갔습니다. 딱 두 종목이 전체 거래대금의 절반 이상(52.9%)을 차지한 겁니다. 학급으로 치면, 반 학생 30명 중 단 2명이 시험 평균 점수를 다 깎아먹은 셈입니다. 나머지 2,435개 종목은 남은 47.1%를 나눠 가졌습니다. 이 정도로 돈이 몰린 날은 지수 등락폭을 시장 전체의 온도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진짜 다들 겁먹고 던졌을까?
지금까지 얘기한 게 다 맞는지, 다른 방법으로 한 번 더 확인해봤습니다. 주식판에는 RSI라는 온도계 같은 지표가 있습니다. 특정 종목이 최근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를 0~100 사이 숫자로 보여주는데, 30 밑으로 내려가면 “다들 겁먹고 던지는 중”(과매도), 70을 넘으면 “다들 몰려서 사는 중”(과매수)이라고 봅니다.
오늘 전종목 RSI를 다 뽑아서 가운데 값을 보니 43.4 — 어느 쪽도 아닌 평범한 수준입니다. 30 밑으로 떨어진, 그러니까 “겁먹고 던진” 종목은 전체의 21.5%뿐이었습니다. 지수가 3% 넘게 빠진 날치고는 이례적으로 적은 숫자입니다. 만약 오늘이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진 날이었다면 이 숫자는 훨씬 컸을 겁니다. 결국 오늘의 공포는 시장 전체가 아니라, 반도체 대장주 두 종목에만 몰려 있었던 셈입니다.
실적은 좋아졌는데 주가만 억울하게 빠진 종목들
회사는 돈을 더 잘 벌고 있는데, 주가만 최근 한 달 새 빠진 종목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종목을 몇 단계 체로 걸러서 찾습니다.
1단계, 영업이익이 늘어난 회사만 남깁니다. 2단계, 그런데도 최근 한 달 주가가 빠진 곳만 추립니다. 3단계, 재무 상태까지 건강한 곳만 남깁니다(이걸 점수로 매긴 게 F스코어인데, 9점 만점에 7점 이상이면 재무가 탄탄하다고 봅니다). 4단계, RSI 40 아래 — 아직 저평가 구간에 있는 곳만 남깁니다. 마지막으로 거래량이 너무 없어 사고팔기 힘든 종목은 뺍니다.

이렇게 2,437개 전종목에서 시작해 21개까지 좁혀졌습니다. 실적은 좋아졌는데 주가가 그걸 못 따라간, 말 그대로 “억울한” 종목들입니다. 이 필터를 통과한 종목 중 위메이드, 경동나비엔, 카카오처럼 거래량이 많은 이름도 섞여 있고, 대명에너지·SNT에너지·동성화인텍처럼 에너지·조선 기자재 쪽 이름도 눈에 띕니다. 업종이 갈리는데도 같은 필터에 걸린다는 건 이번 조정이 특정 산업의 문제라기보다 단기적인 수급 이슈에 가깝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필터를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매수 신호는 아니며, 개별 종목의 실적 지속성과 업황은 따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퀀트 한 컷
오늘 가장 반직관적인 숫자는 ‘거래대금 상위 10종목 집중도 62.3%’입니다. 이 지표가 60%를 넘으면 대개 초대형주 몇 개의 개별 이슈가 지수 전체를 흔들고 있다는 신호로 읽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만으로 52.9%를 채웠다는 건, 오늘 코스피 급락의 8할 이상이 반도체 투톱만의 사정이었다는 뜻입니다.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셨다면 오늘 하루가 뼈아팠겠지만, 중소형주 위주였다면 체감 낙폭은 훨씬 작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수 하나만 보는 사람과 중앙값까지 함께 보는 사람은 오늘을 완전히 다른 하루로 기억할 겁니다.
마치며
코스피 -3.12%라는 숫자 하나로 오늘을 요약하면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절반 넘는 종목은 올랐고, 낙폭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에서 나왔습니다. 지수가 크게 흔들리는 날,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나머지 시장은 어땠을까?
본 글은 공개된 시장 데이터에 대한 개인의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근거
- 한국경제, 2026-08-25자 지면 (확인일 2026-08-25)
- 매일경제, 2026-08-25자 지면 (확인일 2026-08-25)
- 산출 기준: 중앙값·거래대금 집중도·F스코어·RSI 필터는 자체 집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