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의 왕좌 교체, 우연이 아니다
6월 22일 SK하이닉스는 주가 2,919,000원,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2000년 한국증시 시가총액 1위를 코스닥 종목(당시 한국통신)에 내준 이후, 그리고 이후 20여 년 가까이 삼성전자가 지켜온 자리다. 한경은 이 교체극을 “26년 만에 대장주 우뚝”이라는 표현으로 1면에 다뤘다.
그런데 이걸 그냥 “반도체 업황이 좋아서”로 정리하면 절반만 본 거다. 퀀트데이터로 26년 1분기 실적을 까보면, 이번 교체는 모멘텀이 아니라 숫자의 문제였다.
1분기 영업이익, 숫자로 보면 다르다
26년 1분기(추정)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이렇다.
- SK하이닉스: 매출 52.6조 원, 영업이익 37.6조 원 — 전년 동기 대비 +405%
- 삼성전자: 매출 133.9조 원, 영업이익 57.2조 원 — 전년 동기 대비 +756%
절대 금액으로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의 1.5배 가까이 크고, 증가율도 삼성전자가 더 높다. 그런데 시가총액은 SK하이닉스가 앞섰다. 이유는 두 회사의 사업 구조 차이에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모바일·파운드리 등 메모리 외 사업부가 섞여 있어 메모리 호황의 임팩트가 전체 실적에 희석되는 반면, SK하이닉스는 거의 전적으로 메모리·HBM에 사업이 집중되어 있다. 시장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순도가 더 높은 쪽”에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줬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경이 짚은 PER·PBR·ROE 비교도 이 차이를 보여준다. SK하이닉스 PER 27.69배, ROE 45.74%, 영업이익률 58.58%. 삼성전자는 PER 24.8배, ROE 17.58%, 영업이익률 24.24%. ROE만 봐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2.6배에 달한다. 같은 돈을 굴려서 얼마나 남기느냐의 효율성 측면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에 프리미엄을 준 게 단순 인기투표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SK스퀘어 — 진짜 숨은 수혜주
오늘 신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숫자는 따로 있다. SK스퀘어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을 들고 있는 지주사 격 회사인데, 1일 수익률만 +10.67%, 1년 수익률은 +1166.88%에 달한다. 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8.3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 매출도 +319%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실적 임팩트가 지분법을 통해 그대로 SK스퀘어 손익에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매경은 이를 “SK스퀘어도 시총 3위로 질주”라고 보도했는데, 실적 숫자가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SK하이닉스 한 종목의 호황이 SK그룹 지주사 체인 전체로 퍼지는 구조 — 이런 흐름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길게 갈수록 동반 수혜 폭이 커지는 특징이 있다.
풍산 — 호재 기사와 실적이 따로 노는 종목
오늘 한경 A12면은 “차세대 K전차에 풍산 ‘전투용 드론’ 싣는다”는 제목으로, 풍산이 한화에어로·현대로템과 손잡고 다목적·분대급·탄약투하·고정익 드론을 2030년 실전배치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방산·드론이라는 테마만 보면 호재성 기사다.
그런데 정작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풍산 1일 -2.82%, 1주 -8.61%, 1개월 -21.59%, 6개월 -35.09%, 1년 -45.45%. 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90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는 +29.35%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1.49%,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10.78%로 꺾였다.
즉 드론이라는 신사업 스토리는 아직 매출·이익 숫자에 반영되지 않은 ‘기대감’ 단계이고, 현재 주가를 움직이는 건 구리 가격·방산 본업의 분기 실적 둔화다. 풍산을 들고 있다면 이 괴리를 명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드론 스토리가 진짜 실적으로 연결되려면 2030년 실전배치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고, 단기적으로는 본업 실적과 구리 가격이 주가를 더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HPSP vs 예스티 — 같은 날 엇갈린 두 종목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증권사만 배불리는 상품”이라고 비판한 같은 날, HPSP와 예스티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HPSP는 1주 수익률 -28.14%, 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75%, 직전 분기 대비로는 -41.2%로 실적이 꺾이는 중이다. 반면 예스티는 1일 +10.63%, 1주 +20.88%로 급등했고,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11%, 직전 분기(영업손실 -23.9억 원) 대비로는 흑자 전환에 +228%의 턴어라운드를 기록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HPSP의 특허 독점 구조가 흔들린 사건이 있다. HPSP와 예스티 간 특허소송 2심에서 예스티가 비침해 판정을 받으며, HPSP가 누려온 시장 독점력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다. 거기에 예스티의 실적 턴어라운드까지 겹치며, 패소 리스크와 실적 회복이라는 두 호재가 동시에 주가에 반영된 모습이다. HPSP를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이제 “독점력 프리미엄”이 빠진 상태에서 순수 실적과 밸류에이션만으로 재평가받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오늘 종목 뉴스의 공통된 교훈은 하나다. 뉴스 헤드라인의 ‘테마’와 퀀트데이터의 ‘실적’이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것. SK하이닉스·SK스퀘어처럼 실적과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풍산처럼 호재 기사와 실적 숫자가 따로 노는 종목도 있다.
종목을 볼 때 헤드라인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분기 실적이 전분기·전년 대비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은 2026년 6월 23일자 경제 보도와 당일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